1. 한 사람의 이야기

1990년대 초, 경기 외곽에 작은 땅을 보유하던 김민지는 예상하지 못한 세금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땅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과세 당국은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했습니다. 민지는 세금 계산에 쓰인 땅값 산정 방식과 세율이 부당하다고 여겼고, 세금 부과 처분을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민지는 세법 전체가 아니라 과세표준과 세율을 정한 몇 개 조항만 위헌심판 대상으로 삼아 달라고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들이 헌법에 어긋난다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민지가 지목하지 않은 나머지 조항까지 살펴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세법 전체의 효력을 판단할 수도 있을까요?

2. 법적 쟁점

핵심은 위헌심판의 범위가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문제 삼은 조항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그 조항의 위헌으로 법률 전체를 시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법률 전체로 넓어질 수 있는지입니다.

먼저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법률의 위헌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하는 곳입니다.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은 헌법재판소입니다.

3. 한국 법이 말하는 기준

위헌법률심판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헌법재판소에 묻는 절차입니다. 법원이 위헌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정한 요건 아래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심판은 제청된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그 조항만 떼어 판단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헌법재판소가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고 정하면서, 제청된 조항의 위헌 결정으로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률 전체에 대해서도 결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은 이러한 심판 범위에 관한 규정을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에도 적용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판단의 핵심은 단순히 “신청서에 어떤 조항이 적혀 있는가”에 그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정을 살필 수 있습니다.

  • 문제 된 조항이 법률의 핵심 요소인지
  • 그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 나머지 조항만으로 법률을 운용할 수 있는지
  • 법률의 주요 내용이 서로 맞물려 있어 일부만 남기는 것이 가능한지

이와 함께 알아둘 개념이 헌법불합치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즉시 효력을 없애면 큰 법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입법자가 법을 고칠 때까지 일정 기간 효력을 잠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방식입니다. 위헌 결정과 형태는 다르지만, 심판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이 결정에도 법률 전체 시행 가능성에 관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4.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헌법재판소는 당사자가 제기한 문제를 넘어 아무 조항이나 임의로 심판하지 않습니다. 심판 대상을 넓히려면 제청된 조항과 법률의 나머지 부분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일부 조항의 위헌만으로 법 전체를 정상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위헌 조항이 법률의 기본 구조를 이루어 그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 나머지 조항도 작동할 수 없다면, 심판 범위를 법률 전체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서도 이 원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세금 법률에서는 과세표준과 세율이 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길지, 그 기준에 얼마의 세율을 적용할지가 무너지면 과세 제도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세금 관련 조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법률 전체가 심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나머지 규정만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5. 민지의 상황에 적용하면

민지는 과세표준을 정하는 땅값 관련 조항과 세율 조항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 조항들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더라도 다른 조항은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다음 단계의 쟁점입니다.

  1. 먼저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살핍니다. 민지가 다툰 땅값 산정 기준이나 세율이 헌법 원칙에 어긋나는지 심사합니다.
  2. 그 조항이 세금 제도의 핵심인지 확인합니다. 과세표준은 세금을 매길 금액을 정하고, 세율은 그 금액에서 실제 세액을 산출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적용할 수 없으면 세금을 계산할 기본 토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3. 법률의 나머지 부분만으로 제도가 작동하는지 판단합니다. 다른 조항이 남아 있더라도 과세표준이나 세율을 정할 수 없다면, 그것만으로는 세법 전체를 집행할 수 없습니다. 핵심 요소를 잃은 채 법을 일부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4. 시행 불가능성이 인정되면 심판 범위가 넓어집니다. 문제 된 조항이 효력을 잃어 법률 전체를 시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는 민지가 직접 지목하지 않은 조항까지 포함해 법률 전체에 관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에도 적용됩니다.

토지초과이득세를 둘러싼 실제 헌법 판단에서도 과세표준을 정하는 규정과 세율 규정은 제도의 기본 요소로 다뤄졌습니다. 그중 핵심 조항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효력을 잃는다면 세법 전체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심판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 판단의 요지입니다.

6. 결론: 민지에게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

민지의 신청이 일부 조항에 한정됐더라도, 그 조항들이 토지초과이득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처럼 제도의 뼈대를 이루고 있어 법 전체를 시행할 수 없게 된다면 헌법재판소는 법률 전체를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신청인이 제기한 쟁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헌 조항만 떼어내서는 법률의 나머지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할 수 없을 때 법률 전체를 함께 살피는 예외입니다.

다만 이 결론은 모든 위헌심판에서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 전체의 시행이 실제로 불가능해지는지, 문제 된 조항이 법률의 기본 구조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또 과거의 토지초과이득세 사례를 현재 적용되는 세법의 효력에 관한 판단으로 곧바로 옮겨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구체적인 세금 분쟁에서는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과 당시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비슷한 문제를 마주했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문제가 되는 조항과 나머지 법률의 연결 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세요. 특히 과세표준·세율처럼 제도의 작동에 필수적인 요소인지 살펴야 합니다.
  •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할 때는, 해당 조항이 왜 위헌인지뿐 아니라 그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 법률 전체를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도 설명하세요.
  • 헌법소원은 청구 요건과 절차가 정해져 있으므로, 세금 부과에 대한 불복 절차의 기한을 놓치지 말고 헌법 및 조세 사건을 다루는 전문가와 함께 대응 방안을 점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