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땅을 오염시킨 적 없다는 항변
김서연은 오래전부터 작은 주유소를 운영해 왔습니다. 주유소 옆 부지도 서연의 소유였지만, 직접 쓴 적은 없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몇 해 동안 그 땅을 임대했고, 임차인은 그곳에서 금속 부품을 세척하는 일을 했습니다. 임대가 끝난 뒤에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오염 여부를 따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관할 기관은 인근 토양에서 오염물질이 확인됐다며 서연에게 토양 조사와 정화를 명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오염을 만든 사람은 임차인일 텐데 왜 땅 주인인 자신이 먼저 비용과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 서연의 생각이었습니다. 주유소 운영자로서 직접 오염을 일으킨 적도 없다고 항변하고 싶었습니다.
2. 법적 쟁점: 오염을 일으키지 않은 땅 주인도 책임질 수 있을까
핵심은 토양오염을 직접 발생시킨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경우 토지소유자에게 조사·정화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지입니다. 그런 책임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도 문제입니다.
다만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토지의 오염 책임까지 당연히 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처분의 상대방이 토지소유자인지, 오염을 일으킨 사람인지, 또 법률이 정한 책임 요건과 면책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3. 한국 법은 무엇을 말하나
토양오염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람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염 원인을 만든 사람을 찾아 책임을 묻는 것이 원칙적으로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 원인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곧바로 정화를 하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토양환경보전법은 법이 정한 범위에서 토지소유자 등에게도 정화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토양오염의 정화책임은 오염을 직접 일으킨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지소유자도 법정 요건에 해당하면 공법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지만,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헌바11 결정에서 토지소유자에게 일정한 무과실 책임을 지우는 규정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무과실 책임이란, 오염을 직접 일으킨 잘못이 없더라도 법률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책임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책임의 범위와 면책 가능성은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판단할 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이 중요합니다.
- 토지소유자 여부와 책임 근거: 해당자가 오염 부지의 소유자인지, 또는 별도의 법적 근거에 따라 책임을 지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 토지 사용을 허용했는지: 소유자가 오염 위험과 관련된 용도로 토지 사용을 허용했는지, 허용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 면책 사유의 존재: 법은 토지소유자의 책임을 무제한으로 정하지 않고,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요건은 적용되는 법 조항과 사실관계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 비용 부담의 조정: 먼저 정화를 한 소유자는 다른 정화책임자에게 책임 비율에 따른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법령에 따른 국가의 비용 지원 제도가 적용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주목한 시간적 배경도 있습니다. 토양환경보전법은 1995년 1월 5일 제정되어 1996년 1월 6일 시행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법 시행 이후 오염 발생과 관련된 토지 사용을 허용한 소유자라면, 일정한 공법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토지소유자가 오염 발생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위험을 수반하는 토지 이용을 허용한 경우에는 토양오염이라는 상태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정당한 근거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면책, 다른 책임자에 대한 구상, 국가 지원 등으로 사익 침해를 줄이는 장치도 고려했습니다.
4. 한국 법원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나
법원은 토지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정을 건너뛰어 책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처분의 법적 근거와 상대방의 지위, 토지 사용 경위, 오염 발생 및 발견 시점, 법정 면책 사유 등을 살펴 책임이 성립하는 범위를 정합니다.
한편, 오염의 원인을 찾아내고 정화를 미루지 않는 공익도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토지소유자는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오염 상태와 가까운 위치에 있고, 정화를 진행하거나 토지 이용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사실상의 지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화가 이루어지면 토지의 가치가 회복되거나 높아지는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토지소유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오염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정화하려는 목적에 적합하다고 보았습니다. 또 책임을 완화하는 제도와 다른 책임자에 대한 구상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공익이 소유자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2016헌바11 결정은 해당 책임 규정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5. 서연의 경우: 처분을 받았다고 곧바로 모든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연의 상황에 법리를 적용하면 다음 순서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처분의 상대방과 토지의 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서연이 단지 주유소 운영자일 뿐이고 오염 부지의 소유자도, 법률상 다른 책임자도 아니라면, 운영자라는 이유만으로 토양 정화책임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서연이 오염 부지의 소유자라면 토지소유자 책임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 임대 사실과 사용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서연이 해당 부지를 과거 임차인에게 임대해 오염 위험과 관련된 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면, 토지 사용을 허용한 소유자라는 사정이 책임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 시행 후의 사용 허용인지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책임 범위가 자동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사용 내용과 적용 조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직접 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은 직접 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 책임이 당연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소유자가 예외 없이 책임지는 것도 아닙니다. 법률상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토지 취득·사용 경위 등 책임을 제한할 사정이 있는지 자료를 갖춰 다퉈야 합니다.
- 정화 비용을 최종적으로 누가 부담할지도 따져야 합니다. 서연이 먼저 정화 의무를 이행하더라도 다른 오염 원인자나 정화책임자가 확인되면 책임 비율에 따른 구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비용 지원 대상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구상권이나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이 당장의 처분 이행 의무를 자동으로 없애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 기한과 불복 절차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서연은 “내가 오염을 만들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 처분에 대응하기보다, 자신이 어떤 법적 지위에서 책임자로 지정됐는지, 임대와 토지 사용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면책 요건이 충족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처분 자체의 적법성과 정화 비용의 최종 분담 문제는 서로 구별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6. 결론: 서연은 어떻게 되었고, 무엇을 해야 할까
서연은 토양오염을 직접 일으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화 명령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염 부지의 소유자이고, 법 시행 이후 임차인에게 오염 위험과 연결된 용도의 토지 사용을 허용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법률상 면책 사유가 없는 한 정화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책임 제도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법적 쟁점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서연은 처분서의 법적 근거와 자신의 책임자 해당 여부를 검토하고, 오염 원인자에 대한 구상과 비용 지원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당신이 비슷한 처분을 받았다면 다음 세 가지를 먼저 챙기십시오.
- 처분서에 적힌 법적 근거, 이행 기한, 불복 방법을 즉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십시오.
- 등기·임대차계약서·사업 내역·토지 사용 시기 등 소유와 사용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하십시오.
- 오염 원인자, 다른 정화책임자, 면책 사유와 비용 지원 가능성을 따로 검토하고, 구상권 행사에 필요한 증거를 보존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