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암살자(들)’ 관람평 어뷰징 의심 사례 수사 의뢰

네이버가 영화 ‘암살자(들)’의 관람평과 공감·비공감 집계 과정에서 기계적인 어뷰징(자동화된 방식으로 반응이나 수치를 부풀리는 행위)이 확인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네이버는 내부 분석에서 일부 영화에 비정상적인 트래픽(서비스에 접속하거나 데이터를 주고받는 흐름)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문제가 확인된 영화 가운데 ‘암살자(들)’에 대해 당분간 관람평을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먼저 보여주도록 설정했다. 공감순은 이용자 반응이 많은 글을 위쪽에 배치하는 방식이고, 최신순은 작성된 시간이 최근인 글부터 보여주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일부 영화에서 비정상적인 트래픽과 기계적 어뷰징을 확인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공감 5만 회 넘은 관람평이 상단에 노출

논란은 영화 관람평에 대한 공감·비공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집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공개한 화면에는 “중국인 알바 풀었냐, 국민들 개돼지로 보여?”라는 관람평에 공감 5만 2,288회가 표시돼 있었고, 해당 글은 공감순 목록의 가장 위에 노출돼 있었다.

노 의원은 최하점인 별점 1점과 정치적 표현이 담긴 관람평에 대량의 공감이 붙었다며, 영화와 영화인을 정치적 편 가르기의 대상으로 삼고 관객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려는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조직적인 평점 공격과 공감 수치 조작에 매크로(사람이 반복할 작업을 프로그램으로 자동 처리하는 도구)가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히고, 네이버가 의심되는 범죄 행위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네이버가 내부 분석을 통해 비정상적인 트래픽과 기계적 어뷰징을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 특정 관람평의 반응이 조직적으로 만들어졌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공감순’은 왜 중요한가

온라인 평점 페이지에서 공감 수는 단순한 반응 표시를 넘어 글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 좌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영화 선택 전 평점 화면을 열었을 때 공감이 많은 글이 맨 위에 나타나면, 그 글의 의견이 다수의 생각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 공감 수 조작 의혹: 자동화된 반복 반응으로 특정 글의 공감 수가 부풀려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 노출 순서의 영향: 공감순 정렬은 이용자가 먼저 접하는 관람평을 바꿔 영화에 대한 첫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평점과 관람평의 구분: 별점은 작품에 대한 점수이고, 공감 수는 특정 관람평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다. 둘은 서로 다른 지표지만 한 화면에서 함께 보이면 혼동될 수 있다.

중복 집계 문제 뒤 네이버의 후속 조치

네이버는 앞서 9월 29일 일부 영화에서 관람평이 중복 등록되거나 공감·비공감 수가 중복으로 집계되는 현상이 있었다고 공지했다. 회사는 중복 등록된 관람평을 삭제하고, 중복 집계된 반응 수를 제외해 수치를 정상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어뷰징이 확인된 ‘암살자(들)’의 기본 정렬을 최신순으로 임시 변경했다. 또 모든 영화의 평점 롤링보드(영화 평점 정보를 화면에서 계속 보여주는 영역)에는 전문가 평점만 표시하기로 했다.

관람객 평점과 전문가 평점은 별도로 제공

네이버는 실관람객·네티즌 평점과 리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존처럼 관람평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즉, 영화 평점 화면에서 전문가 점수만 먼저 보여주되 이용자들이 남긴 점수와 글은 별도 영역에서 계속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조치는 의심스러운 반응이 공감순 상단을 차지해 관람평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임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렬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동화된 활동을 막을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플랫폼은 계정 생성·접속 패턴·반응 속도 등을 살펴 비정상적인 활동을 찾아야 하고, 정상적인 이용자의 의견 표현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평점 조작 논란이 영화 선택에 미치는 영향

영화를 보기 전 온라인 평점과 관람평을 살펴보는 일은 많은 관객에게 익숙한 선택 과정이다. 예고편이나 출연진 정보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다른 관객의 후기를 참고하는데, 이때 특정 의견이 인위적으로 부각되면 작품의 내용보다 논란이나 정치적 표현이 먼저 소비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비판과 낮은 점수를 주는 행위 자체는 관객의 정당한 의견 표현이다. 반대로 자동화된 계정이나 반복 작업을 이용해 수치를 부풀려 다른 사람의 판단을 왜곡했다면, 이는 단순한 혹평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어떤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반응 수치가 실제 이용자의 선택을 반영하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

이번 사례는 온라인 평점이 작품의 흥행이나 관객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수치의 신뢰성과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공감 수가 실제 이용자의 자발적인 반응인지, 자동화된 활동으로 만들어졌는지 구별하지 못하면 이용자는 여론의 크기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개봉 11일째 관객 200만 명 돌파

평점 논란과 별개로 ‘암살자(들)’은 개봉 11일째인 10월 3일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의 흥행 성과와 온라인 평점 조작 의혹은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두 이슈가 동시에 주목받으면서 관람평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앞으로는 경찰 수사에서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여 주체, 반응 수치가 실제로 어떻게 생성됐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공지한 조치가 임시 대응에 그칠지, 다른 영화에도 적용되는 검증·집계 방식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관람평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반응 수치가 믿을 만하려면, 이용자가 남긴 평가와 자동화된 조작을 플랫폼이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